2014년 2월 13일 목요일

극락 컴퍼니를 읽고 (일본 소설)

극락 컴퍼니의 겉표지, 표지의 색이나 디자인이 재미있어 보인다.

1.극락의 재미

제목부터 재미있다. 극락 컴퍼니. 극락이라니. 얼마나 즐겁길게 극락일까ㅋㅋ하면서
이 책을 골라보게 되었다.

사실은 아버지를 생각하며 빌린 책이다. 책을 보통 공공도서관에서 빌려서 보는데,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오는 게 즐겁고, 걸어서 다녀오기 때문에 산책도 되어서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본판 책표지. 60년대 만화책 느낌이 나는 것만 같다.

책 뒤표지에 쓰인 간략한 내용들, 거기서 이 책이 즐거울 것 같음을, 앞표지와 제목에 이어서 한 번 더 발견했고. 아버지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책 뒤에 쓰인 내용은.
-정년 후,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 못해 도서관에 다니던 스고우치
어는 날 , 그는 비슷한 처지의 기리미네를 만나 회사 시절 추억담을 나누다 의기투합, 
급기야 역 앞 찻집을 사무실 삼아 회사놀이를 시작하다.
주 6일 근무에 아침 7시부터 저녁8시까지 일하는 건 기본,
진짜 회사를 뛰어넘는 피 튀기는 회의에, 주3일은 야근식으로 친목을 다진다.
이윽고 회사놀이는 퇴직한 남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으며 전국으로 확대되어가는데...

 이렇게 써있는데 아버지가 퇴직 후 쓸쓸하거나, 무기력해 보이는 느낌이 들 때도 있고 
회사생활을 많이 그리워하는 느낌도 들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일하던 사무실과 비슷한 느낌이라서 퍼온 사진
(출처는 이곳 http://ggholic.tistory.com/5536 경기도청 자원순환과 사무실 입니다)
(국가기관이라서 군대 사무실이랑 비슷한 느낌이 들었나봐요)
(군대사무실이 좀 더 삭막했겠지만 사진을 구할길이 없으므로)
(사진 삭제 요청하시면 내리겠습니다.)

이것도 같이 퍼온 사진.
익숙한 느낌의 노란색 파일철들. 각종 대장,일지,기록물 등이 되었었죠

2. 나의 사무실 경험

아버지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의 사무실 경험을 돌아보기 위해서도 이 책을 빌린 이유도 있다. 30대 초반이라, 퇴직한 경험은 없지만, 사무실 경험을 한 그곳은 바로 군대다. 사무병이었기때문에 전투복을 입고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위에 사진처럼, 저 곳은 경기도청. 저곳보다는 크기가 적었다. 그러나 저런 느낌의 컴퓨터 배치와 책상 모양 등이 흡사하다.

군대에서의 사무실 근무를 일반적인 회사의 풍경과 비슷한 부분이 많지 않을까 생각하며 회상해 보자면, 책상들과 컴퓨터들. 그리고 문서 기안, 결재 시스템(이 부분은 사회(회사)의 문서 기안 시스템이 군대의 문서 기안 시스템으로부터 나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회사원으로 30년 근무하신 아버지로부터 들은 말)  등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것 외에도, 부대 내에 인사행정과,군수과 등 부서가 있고, 각 부서마다 인사행정과장, 군수과장 등의 책임자가 있는 점, 제일 위에는 사장과 같은 전대장이 있었으니깐(내가 나온 부대는 xx전대였기 때문에 전대장이 최고 직책이었다.)(일본의 xx전대 같은 전대물과는 관련이 없습니다...그리 생각하신 분은 없겠지요.저만 생각한 듯,,) 그런 직책이 있다는 점 또한 비슷한 거 같다. 

3. 이 책의 재미 포인트

먼저 나와 같이 사무실에 향수를 가진 분이라면 아마 대부분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거 같다. 또한, 만화책을 보는 것 같은 다이내믹한 전개가 재미있다.
왠지 만화로도 머릿 속에 장면장면이 연상된다. 조금은 진지한 주제인 정치를 소재로 삼았던
쿠니미츠의 정치. 그 작가 스타일을 연상하니 매치가 잘 되는 거 같았다. 모조 회사 놀이라는 경영적인 이야기와 코믹스러운 장치를 중간중간 섞어주는 구성. 아주 맘에 든다. (뭐가..? 이 상상을 한 내가? 아니면 이 소설과 그 만화가가..?)

4. 야근과 야근식

주인공인 스고우치 겐조가 회사에서 야근식을 할 때의 묘사는 또 한번 군대에서 일하던 사무실의 풍경을 연상시켰다. 컴퓨터와 책상으로 이루어진 사무실에는 2~3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길이의 장의자가 있었다. 그 장의자에 앉고, 또 그만한 길이와 높이의 탁자를 놓고 야근중에 후라이드 치킨을 먹던 장면. 치킨을 주문해준 김xx하사와 선임이었던 양xx병장, 후임인 김xx 이병. 다 먹고는 담배 한대 풀고하자던 김하사. 그때는 너무나 막막한 매일 중에 하루였지만, 지금에는 너무너무 그리운 시절이다. 다시 군대 가라고 하면 그 한순만 만큼은 돌아가고 싶다. 하루정도만 부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는 그리움...(혹시 이뤄지더라도 정말 하루만 가게 해주셔야 돼요ㅠㅠ)

그리하야, 이 스고우치 겐조 또한 사무실에서의 야근식을 하며 현역 때의 회사생활의 즐거웠던 시절을 회상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 다시는 잃고 싶지 않은 회사생활이라고.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게 되는 대상이 그에게는 회사생활이었던 거다. 그래서 5시 퇴근이 기본인 회사에서 8시까지, 때로는 자정까지도 근무를 한다.

그리고, 이 다시 돌아온 회사생활의 행복은 그만이 느끼는 게 아니다. 전국 100여개가 넘는 독립계 모조 회사들이 대유행처럼 생겨났으니까(소설이니까..)

그러나, 실제로 이러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들도, 실제로 일어날 법 한데? 하는 생각도 들고 한다.

5. 결말

결말은 당연히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는 알려드릴 수 없다. 직접 보셔야 하니깐.
다만 한가지만 쓰자면, 거의 끝부분에 와서 스고우치 겐조가 이런 말을 한다.
모조회사를 설립하게 된 깊은 동기 중에는, 지난 수십년을 바친 바친 회사생활이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닌, 단지 회사에게 이용당한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있었고, 그것을 다시 한번 회사생활을 경험해 봄으로써, 그렇지 않았음을 확인해보려는 동기가 있었지 않았는가라고.

이 책을 아버지들에게 권하고 싶고, 나의 아버지에게도 이 책을 이야기해 드리고 권해 드릴 것이다. 읽지 않으실 가능성이 높지만, 이런 재미있는 소재의 소설도 있다고 말씀 드릴 수는 있을 것 같다.

쓰다보니 군대 얘기를 많이 한 거 같다. 이 글을 읽으며 내 속에 있던 옛 추억을 다시 만났고, 그런 면에서 좋은 경험이 되었던 소설이다. 심각하지 않으면서 쉽게쉽게 읽을 수 있었고, 너무 빨리 읽어서 아쉽다. 다른 일본 소설을 읽고 싶어졌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이름들이 일본어로 되있어서 그런건지, 정서가 비슷해서인지, 일본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우리나라와의 과거사가 있어서 그런지. 복합적인 이유일 거 같다. 리뷰가 아닌, 일기장 포스팅이 되었지만 봐주신 분이 생긴다면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